도시철도 건설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정부는 사전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해 사업의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을 평가합니다. 특히 최근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강북횡단선은 기존 교통 인프라에서 소외되었던 강북 지역을 연결하는 핵심 노선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노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예타를 통과해야 합니다. 본 글에서는 도시철도 예타의 주요 통과 기준인 B/C 분석, AHP 평가, 그리고 정치 및 정책적 영향력을 중심으로, 강북횡단선 사례를 통해 실제 적용 방식을 분석해보겠습니다.
B/C 분석: 도시철도 예타의 첫 관문, 경제성 판단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가장 먼저 평가되는 항목은 ‘경제성 분석(Benefit-Cost Ratio, B/C)’입니다. B/C는 투입 비용 대비 기대되는 편익의 비율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B/C가 1.0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즉, 사회 전체적으로 해당 사업이 유익하다고 판단되는 수치입니다.
도시철도의 경우 편익 항목은 다음과 같이 산정됩니다:
- 통행시간 절감에 따른 편익
- 자동차 이용 감소로 인한 환경 편익
- 교통사고 감소 효과
- 운영 비용 절감 및 고용 유발 효과
강북횡단선은 서울 동북부와 서북부를 연결하는 25.7km의 노선으로, 기존 도심부 교통망과의 중복성이 낮고 신규 수요 창출이 높은 지역을 통과합니다. 그러나 B/C 기준에서는 인구 밀도와 상업시설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부 구간이 평가를 저해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정릉이나 응암동 등은 개발이 다소 제한되어 있어, 단순 수요 기반 평가에서 불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강북횡단선의 B/C 수치는 1.0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예타 통과의 주요 장벽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B/C가 낮다고 해서 무조건 탈락하는 것은 아니며, 이를 보완하는 AHP 평가가 함께 고려됩니다.
AHP 평가: 정책성과 지역균형의 정성적 판단
AHP(Analytic Hierarchy Process) 평가는 B/C 분석이 보여주지 못하는 정책적, 사회적 가치를 정성적으로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예타에서는 B/C 분석이 약 50%, AHP 평가가 약 25~35% 비중으로 적용되며, 나머지는 기술성 평가로 구성됩니다.
AHP 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기준이 포함됩니다:
- 정부 정책과의 정합성 (국토균형발전, 탄소중립 등)
-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 교통 소외 지역 해소 기여도
- 사회적 수요 및 공공성
강북횡단선은 이 AHP 평가에서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 강북권은 그동안 철도 인프라에 있어서 소외된 지역이었으며, 이로 인해 출퇴근 시간 증가, 지역 경제 침체 등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강북횡단선이 개통되면 이러한 지역의 통행 편의성이 크게 개선되고, 지역 내 상권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서울 도심 철도망 확대', '균형발전', '도심 교통 분산' 등 주요 정책 기조와도 일치합니다. 이러한 정책적 부합성은 AHP 점수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B/C 수치를 보완하는 결정적 요소가 됩니다.
실제로 위례신사선, 신림선 등도 B/C 수치가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AHP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예타를 통과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강북횡단선 역시 AHP가 예타 통과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정치·정책 영향: 예타를 넘는 추진력의 실질 요인
예타는 이론적으로는 정량적·정성적 평가만으로 결정되지만, 실제 사업의 추진 여부에는 정치적·정책적 요인도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강북횡단선처럼 시민 체감도가 높은 철도망은 정치권의 공약이나 지자체의 우선 순위에 따라 우선 추진되기도 합니다.
현재 강북횡단선은 서울시 4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되어 있으며, 서울시는 이 노선을 핵심 전략사업으로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국토교통부 및 기획재정부에 협조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4~2025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강북 표심을 겨냥한 교통 공약이 대거 발표될 예정인데, 강북횡단선은 그 중심에 있는 노선 중 하나입니다.
정치권의 지원은 예타 면제 또는 조기 통과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GTX-A나 KTX 동남권선은 정치적 필요성과 민원 해소 명분을 앞세워 예타 면제나 신속 예타로 전환된 사례가 있습니다. 강북횡단선 역시 이러한 추진 방식으로 정책적 가속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예타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서울시 자체의 재정 분담안, 민원 대응, 환경영향평가 등 여러 사전 정비 과제가 선결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예타 통과 여부는 정치권과 지자체의 협업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도시철도 예타는 단순히 숫자의 싸움이 아니라, 정책 목표와 시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공성 측면에서도 접근해야 합니다. 강북횡단선은 B/C에서는 다소 불리할 수 있으나, AHP 및 정치적 추진력, 정책 연계성 측면에서 강력한 예타 통과 후보로 평가됩니다. 향후 교통망의 형평성과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서라도, 강북횡단선의 예타 통과는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